-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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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퇴근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비가 내렸습니다.
장마철에는 꼭 소형 접이우산을 소지하는 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비였지만 버스 안에는 우산이 없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내려야하는 정거장에서 우산이 없는 아이와 엄마, 그리고 아저씨 한 분이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우산을 소지한 저와 아주머니 한 분이 우산을 소지하고 내렸습니다. 비는 점 점 더 굵어졌습니다.
순간 '어떡하지? 우산을 씌워드려야 하나? 그럼 누굴 씌워드리지?' 이런 고민들이 스칩니다
비가 오니 달려가야 했지만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이었습니다.
제가 머뭇대던 찰나, 횡단보도에 서 있던 우산이 있던 아주머니가 우산이 없는 아이와 엄마를 씌워주셨습니다.
선택이 간단해졌습니다. 생판모르는 건장한 아저씨에게 우산을 씌워드렸습니다
그렇게 우산 둘 아래서 같이 신호를 기다렸고 같이 걸었고 같이 비를 맞았습니다
처음 만난 남자 둘이 말이죠
그렇게 우리는 남이라는 단어에서 이웃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맛있는 사과 하나씩을 가지고 다닌다고 합니다.
너무나 맛이 있는 이 사과를 누구에게 주고 싶어서 가지고 다닙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은 사과를 꺼내 놓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꺼내 놓기에는 사과가 웬지 작은 것 같고, 맛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상대방이 거부할 수도 있고, 오해받을 수도 있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먼저 사과를 꺼내 놓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씩 꺼내 놓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pay it forward!' 먼저 주어라!
망설이던 제가 생판 모르는 아저씨에게 우산을 씌워줄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우산을 내민 어떤 아주머니의 'pay it forward' 덕분이었습니다.
아주머니의 선택으로 제 선택이 매우 간단해졌습니다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면 서로 우산을 씌워주는 분들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험을 해보면 이런 일들을 많이 봅니다.
제가 하는 작은 선행은 어떤 이의 'pay it forward' 덕분이었을 것이고,
또 저의 선행은 누군가에게 pay it forward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우산이 되어준다면 비에 맞을 사람은 하나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여름이었으면 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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