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경제 탐구와 생활 By 김춘광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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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SG,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서다!
지난 10여 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경영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덕분에 오직 수익만을 추구해 온 기업들도 이제는 환경적 책임, 사회적 가치 실현,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최근 들어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세계 경기 침체, 미·중 갈등, 지정학적 위기,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수의 부정적 요인들이 기업들의 ESG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티 ESG’ 현상까지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ESG 경영활동이 투자자 친화적 지표로만 작동하거나 보여주기식 활동에 머문다면, 본래의 목적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ESG라는 개념이 한 때의 유행처럼 지나가버리거나, 흐지부지 소멸되어 버릴까요? 기후 위기와 사회 불평등의 심화, 기업의 책임성 강화 등과 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ESG 경영은 “진정성과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시험대는 전반적인 성격이 유사한 ‘사회적경제’ 영역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2. 글로벌 ESG 트렌드 변화와 빅 이벤트
최근 개최된 COP29(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당사국 총회), CES 2025(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25 박람회), WEF 2025(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등 일련의 빅 이벤트(Big Event)들은 시험대에 오른 ESG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됩니다.
그중 첫 번째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COP29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2배 향상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WEF 역시 에너지 안정성·경제성·지속가능성이라는 ‘트릴레마’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ES 2025에서는 에너지 최적화 기술과 재생에너지 활용이 주요 전시 품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들은 환경 관련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기술 혁신과 융합의 가속화입니다. COP29는 ‘디지털화의 날’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기후 대응을 위해서 데이터와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과 연결됩니다. 즉, 현실의 문제 해결에 기술 혁신과 융합이 좀 더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향후 전 세계 기업들은 기후 위기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 혁신과 융합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셋째, 민간 자본의 활발한 참여입니다. COP29는 연간 1.3조 달러의 기후 재원을 민간 자본을 중심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ESG는 이제 공공이나 국제기구만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과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민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도 좀 더 본격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의 도입과 제반 문제의 해결입니다. AI는 많은 분야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해줌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에너지 최적화, 공급망 효율화,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등 긍정적 효과를 지녔지만, 대규모 해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지구온난화 촉진,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다수의 부정적 이슈도 유발하고 있습니다. AI의 개발과 활용이 빨라지는 만큼 문제들의 크기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필요한 솔루션의 필요성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3. 사회적경제와 ESG 그리고 당신의 선택!
이상에서는 ESG와 관련된 세계적인 주요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무엇을 선택해야할까요? 사회적경제는 태생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최근 영리기업들이 ESG를 장착하려는 흐름에 이미 앞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ESG에 관한 거대한 흐름의 변화는 역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도 새로운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향후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하거나 반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첫째,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1회용 종이컵을 덜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 기반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한다던지, 마을 단위 태양광 프로젝트를 실제화 시키는 일 등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야일 것입니다.
둘째, 기술의 혁신과 융합의 가속화입니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사실 기술 측면의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융합에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행인 것은 생성형 AI는 기술의 취약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도구를 적극 활용해서 서로 다른 영역의 활동가, 기업, 조직들이 자신만의 기술과 지식, 노하우 등을 상호 교류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한다면, 새로운 시대의 ESG를 주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노력과 이를 위한 네트워크의 구축 및 활용입니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십시일반이나 상호도움에는 익숙하지만, 민간의 자금조달이나 투자유치에는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나 사회책임투자(SRI) 자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좀 더 사업의 규모를 키우거나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려면, 투명한 지배구조와 객관적인 성과 측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는 사회적경제 조직에게 다소 부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향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의 적극적인 활용과 윤리 포용성의 강조입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나 정부보다 빠르게 AI 기술을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윤리적 기준이나 포용적 기술 활용의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AI의 활용 과정에서 어떻게 공정성·개인정보 보호·지역사회 기여가 가능한지를 찾아서 이를 실천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사회적경제의 독보적 입지를 만들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4. 시험대는 곧 기회의 장(場)!
ESG 경영이 새로운 시험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곧 기회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회적경제가 시험대에 오른 ESG 경영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ESG를 그럴듯한 형식적 구호로 머물게 하면,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이는 급속한 쇠퇴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담아내는 사회적경제 본연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잘 활용하면, 나름의 경쟁력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경제 입장에서 ESG가 맞이한 변화는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자리입니다. 이 시험대를 넘어서는 순간, 사회적경제는 가치와 이익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기회를 취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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