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유(思惟) By 이두진
-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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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 점의 영역 – 기획자의 태도
영감이 아닌 습관으로 기획하라: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4가지 통찰의 도구
우리는 종종 훌륭한 기획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뜩이는 영감(Inspiration)에서 나온다고 착각합니다. 샤워하다가, 혹은 산책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점(點)의 영역’에서 말하는 통찰(Insight)은 그런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통찰은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면(面)’과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선(線)’의 과정을 치열하게 통과한 기획자에게 주어지는 ‘해석의 정점’이자 ‘습관’의 결과물입니다.
기획자가 막막한 백지 앞에서 점을 찍고 있지 못한다면, 그것은 영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꿰뚫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입니. 평범한 아이디어를 비범한 해결책으로 바꾸는 4가지 통찰의 습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집착(Obsession): 진짜 문제(Real Pain)을 찾을 때까지
첫 번째 습관은 ‘질문을 놓지 않는 끈기’입니다. 대다수 전문가는 현상을 보고 빠르게 진단을 내린다. 예를 들면 “요즘 외동아이가 많아서 사회성이 부족해.”와 같은 통념과 관성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기획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시소와그네 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에서 기획한 ‘띵동 놀이터’라는 외동아이의 사회성 증진 사업의 기획자는 “왜 아이가 아닌 부모가 더 불안해할까?”라는 질문을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샤워 중에도 놓지 않았습니다. 그 집착 끝에 찾아낸 본질은 아이의 결핍이 아니라, “내 아이가 외동이라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라는 부모의 두려움, 즉 ‘이웃의 차가운 시선(사회적 편견)’이었습니다. 이처럼 집착은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의 본질로 모으는 자석 역할을 합니다.
2. 대화(Dialogue): 책상 밖에서 깨지는 고정관념
두 번째 습관은 ‘타자의 지평과 충돌하는 것’입니다. 지평은 내가 선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사람마다 서 있는 곳은 다릅니다. 서 있는 곳이 다르기에 풍경도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획자는 책상 위에서 바라본 풍겨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멈추고 현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띵동 놀이터의 기획자는 부모들과의 깊은 대화(FGI)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자가 야심 차게 준비한 복지관의 ‘프로그램실’이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감시받는 느낌이 드는 불편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 대화를 통해 기획자는 ‘복지관으로 오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깨닫고, 기획의 무대를 주민의 ‘거실’로 확장하게 됩니다.
3. 통섭(Consilience): 다른 세상의 안경을 쓰는 법
세 번째 습관은 ‘시좌(視座)의 이동’이다. 시좌는 내가 쓴 안경입니다. 사회복지라는 익숙한 안경을 벗고 물류, 마케팅, 디자인 등 전혀 다른 분야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왜 주민이 복지관에 와야 해? 우리가 배달하면 안 될까?”라는 질문이 그 시작입니다. 띵동 놀이터 기획자는 이를 통해 최근 유행하는 ‘언박싱(Unboxing)의 설렘’과 ‘공유 경제’ 개념을 복지에 융합했습니다. 복지관 공간을 내어주는 대신 주민의 거실을 공유하고 동네 놀이터와 엄마들이 만나는 식당 등 지역사회 일상공간 곳곳에서 사회성 증진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 도구(소셜박스)를 배달하는 혁신적인 해법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4. 모방(Imitation): 창조적 비틀기
마지막 습관은 ‘검증된 성공을 비틀어 적용하는 것’입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띵동 놀이터 기획자는 어릴 적 설레며 기다리던 ‘종합과자선물세트’나 최근의 ‘구독 서비스(웰컴 박스)’ 형식을 모방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박스를 열면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아이와 함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규칙을 심어 넣어 ‘관계 기반의 실천’으로 창조적 비틀기를 시도했습니다.
[Tip] AI, 통찰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도구
기획은 문제정의와 해법의 정렬에 대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결정하게 하면 안되지만 그 과정에 있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기획자의 4가지 습관에 더해, 최신 기술인 AI를 활용한다면 기획의 날카로움을 더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직관적인 느낌(암묵지)을 AI에게 입력하여 논리적인 언어(형식지)로 변환해 보세요. 예를 들어, “어르신이 폐지에 집착한다”는 관찰 기록을 AI에 입력하면, “사회적 존재감 증명 및 관계적 갈망”이라는 전문적인 분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타벅스의 공간 철학을 우리 복지관에 대입하면 어떤 해법이 나올까?”와 같은 질문을 AI에 던져 통섭의 시나리오를 빠르게 검토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기획은 결국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해법(Point)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그 해법이 막막하다면, 영감을 기다리지 말고 습관을 기르기 위해 몰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에 집착하고, 사람과 대화하고, 타 분야를 넘나들며, 성공 모델을 비트는 과정을 습관으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ㅂ니다. 여러분들이 치열하게 찍은 그 점 위에서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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