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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멀티모달과 통계를 활용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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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멀티모달과 통계를 활용한 실천

 

사회복지 기록은 단순히 현상을 종이 위에 요약하는 사후 보고가 아니라, 당사자의 고립된 삶을 사회적 맥락으로 연결하는 전문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싱글모달 위주였던 사회복지 기록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진, 음성, 영상과 같은 멀티모달(Multimodal) 데이터 활용으로 더욱 구조화된 방식으로 활용되리라 예측됩니다.

멀티모달을 활용한 기록은 현장의 생생한 결핍과 강점을 입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를 거시적인 통계 자료와 교차 분석하는 과정은 개별 사례를 보편적인 사회 문제로 확장하여 실천과 성과를 규명하는 행정의 언어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단언해서 말하지 않는 이유는 인공지능에의 의존성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인간다움의 강점과 인공지능의 기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이러한 입체적 기록은 행정적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현장의 온기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여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증거 기반 실천(Evidence-Based Practice)의 새로운 접근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멀티모달: 인간의 오감을 닮은 기록의 진화

멀티모달이란 '여러 가지(Multi)''양식 또는 양상(Mode)'의 합성어입니다. 인공지능이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사회복지 기록은 현장의 풍부하고 입체적인 정보를 텍스트라는 단일한 통로, 싱글모달(Unimodal)’의 평면적인 방식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행정적 효율성, 서비스와 프로그램의 분절성, 업무의 과중, 쉽게 가려는 관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싱글모달 형식의 기록은 사회복지사가 직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현장의 생생함을 건조하게 들었습니다. 뜻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품과 노력과 시간을 들여 성찰과 통찰이 어우러진 멋진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은 현장에서 포착한 사진 한 장, 당사자의 짧은 음성 한 마디를 그 자체로 데이터화하여 글자 뒤에 숨겨진 풍부한 맥락을 보존한다는 뜻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사회복지사는 인공지능을 사회복지사의 직관적인 관찰을 기록의 언어로 데이터화 할 수 있는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주민을 만날 때 당사자의 만 듣지 않습니다. 슬픈 표정, 방 안의 눅눅한 공기,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그리고 거동의 불편함 등을 오감을 통해 동시에 관찰하며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직관적 파악과 기록이 우선 중요합니다. 멀티모달 기술은 사회복지사의 관찰과 공감 경청 반응의 기록을 보완하거나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폴 리쾨르의 서사: 당사자가 자기 삶의 작가가 되도록 돕는 일

현대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œur)는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리쾨르는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는 말로 인간을 설명합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나다움을 느끼는 존재라 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당사자들의 삶은 때로 상처받고 흩어진 파편과 같습니다. 극심한 빈곤이나 고립을 겪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설명할 힘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의 삶이라는 텍스트를 함께 읽고 빠진 조각을 찾아내어 다시 엮어내는 조력자의 역할을 합니다.

멀티모달 기록은 바로 이 무너진 이야기의 조각들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리쾨르의 관점에서 볼 때, 멀티모달 데이터는 당사자가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한 삶의 여백, 언어 이전의 서사를 포착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입체적 데이터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당사자가 잃어버린 자기 삶의 주도권을 복원하고, 그가 다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다음 장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미시적 현장과 거시적 통계의 교차활용: 강점과 관계의 씨앗을 발견하는 법

 

리쾨르가 말한 '개별적 서사가 보편적 세계와 만난다'는 것은 한 개인의 특수한 이야기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질서나 데이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마치 사회복지사의 레코딩에 적힌 한 사람의 사연이 국가의 통계 지표라는 거대한 지도 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입체적 데이터 분석은 당사자의 결핍뿐만 아니라, 그동안 묻혀 있던 강점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큰 유용성을 가집니다.

 

1) 시각 데이터로 읽어내는 삶의 의지와 자산

현장 방문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때, 우리는 '치워야 할 쓰레기'가 아닌 '당사자가 아끼는 물건'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지러운 방 안에서 인공지능이 창가의 작은 화분이나 오래된 요리책, 혹은 벽에 걸린 붓글씨 작품을 식별해낸다면 이는 당사자의 잠재적 강점이 됩니다.

 

예시

김 씨 어르신의 집은 위생 상태가 열악하여 지역 통계상 '긴급 주거 개선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멀티모달 AI가 사진 속에서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베란다의 채소들을 포착한다면, 기획자는 이를 '생명에 대한 돌봄 능력'이라는 강점으로 해석합니다. 이를 지역의 '도시농업 공동체 참여율' 통계와 대조하여, 어르신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지역 어린이들에게 식물 재배법을 알려주는 '마을 강사'로 연결하는 기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결핍의 기록이 관계의 기획으로 변모하는 지점입니다.

 

2) 음성 데이터로 포착하는 숨겨진 연결의 욕구

상담 음성의 비언어적 요소는 당사자의 관계적 갈망을 보여줍니다. 텍스트 기록에는 "활동 참여에 소극적임"이라고 적힐 상황이라도, 인공지능이 분석한 음성 파형에서 특정 주제(: 고향 이야기, 옛 직업 이야기)가 나올 때 목소리의 에너지가 상승하거나 속도가 빨라진다면 그것이 바로 관계 맺기의 실마리입니다.

 

예시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청년 박 씨와의 대화에서 AI'게임'이나 '그래픽 설계' 관련 단어가 나올 때의 활력을 감지합니다. 이 미시적 정보를 '지역 내 청년 1인 가구 소모임 부재'라는 거시 통계와 결합합니다. 박 씨의 개별적 서사는 이제 지역사회의 외로운 청년들을 잇는 '디지털 기술 공유 모임'의 호스트가 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인공지능이 발견한 목소리의 떨림이 기획자의 손을 거쳐 '관계적 해법'으로 응축되는 과정입니다.

 

기술적 편리함보다 선행되어야 할 윤리적 시좌(視座)

물론 멀티모달 기록의 활용에는 기술적 화려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윤리적 책임과 비판적 사고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체성과 개인정보 보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될 절대 원칙입니다. “기록의 주인은 당사자임을 명시하고, 음성이나 사진 데이터를 처리할 때 개인 식별 정보를 철저히 제거하는 비식별화 조치를 습관화하는 것이 스마트워크의 필수 전제조건입니다. 이는 단순한 법적 준수를 넘어, 당사자의 삶을 데이터로만 치환하지 않겠다는 인문학적 환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분석 결과는 확정된 정답이 아닌 검토해야 할 가설로 취급되어야 합니다. AI가 통계적 확률로 내놓은 결과가 실제 현장의 복잡한 맥락과 합치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직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시좌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AI환각(Hallucination)’을 걸러내고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현장에서 발로 뛰며 당사자와 눈을 맞춘 실무자의 몫입니다. 기술이 고통의 수치를 알려줄 수는 있어도, 그 고통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껴안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의 온도를 지키는 마지막 마침표

결국 멀티모달과 통계의 만남은 사회복지사가 기획의 해법인 마지막 점()’을 찍기 위한 치열한 과정입니다. 리쾨르의 철학이 가르쳐주듯 기록은 한 인간의 무너진 서사를 복원하고 그가 다시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 행위입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입체적인 분석 자료들은 사회복지사의 직관을 날카롭게 다듬어주고 사각지대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지만, 그 데이터 속에 숨겨진 당사자의 고유한 삶의 의지를 발견하여 관계의 해법을 설계하는 것은 사회복지사의 사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기술은 현장의 온기를 보존하고 증명하는 유능한 비서일 뿐입니다. 그 온기를 지역사회의 새로운 관계로 이어주는 것은 오롯이 사회복지사의 실천 철학에서 시작됩니다. 직관을 데이터로 보완, 검증하고 고통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되 그 고통을 치유하는 방식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관계적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더 깊은 인문학적 성찰과 서사적 정체성의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실제 구현되고 있는 외국 사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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