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유(思惟) By 이두진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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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불확실성의 시대, 이펙추에이션과 애자일로 헤쳐나가기
연초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며 연말에는 평가를 하는 워크 플로우가 사회복지 현장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현장이 어려운 이유는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만 해도 연초 사업계획서 작성이 끝날 시점에 통합돌봄법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구청 등 관리감독 기관에 연간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는 송부되었을 것이고, 내년부터는 이에 대한 평가가 준비되고 시행될 텐데 현장은 정해진 계획을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올해처럼 거대한 변화, 전환의 시기가 아니더라도 사회복지 현장의 연초에 세운 촘촘한 사업계획서는 현장의 돌발 변수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기획 없이 세워진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들이 관리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늘 그렇듯 위기 상황은 예고가 없습니다. 또한 이용자의 욕구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술 특이점이 넘어선 요즘, 인공지능이 발달한 시대에 정보 민주주의는 현장의 전문가와 대상자라는 일원화된 관계를 더욱 빠르게 해체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이 더 이상 전문가만 소유한 것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고 주민당사자도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반영적 경청과 기적 질문을 예상하며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에 임하는 주민이 생기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한 건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시대라는 것입니다. 경험 많고 숙련된 사회복지사는 '예측'과 '통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선형적인 성과관리의 로직(목표-계획-집행)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응은 어렵습니다. 기존의 실천 방식과 이를 담아내는 조직의 구조가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불확실성과 제도의 거대한 변화, 그리고 주민의 욕구의 복잡성과 다변성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하게 예측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을 자산으로 바꿀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기존이 목표 관리 조직에서 간과한 것은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확성과 대안에 대한 고민입니다.
시작은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부터 (Effectuation)
이펙추에이션(실행 효과 이론)은 뛰어난 창업가들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도출되었습니다. 기존의 성과관리가 '인과적 논리' 즉,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펙추에이션은 "현장의 자원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실천적 지혜"입니다.
이펙추에이션(Effectuation) 이론은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다르덴 경영대학원의 사라 사라스바디(Saras D. Sarasvathy) 교수가 정립하였습니다. 30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시킨 숙련된 창업가들을 심층 분석하였고, 그 결과, 그들이 일반적인 경영자와는 전혀 다른 의사결정 논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다수 경영자가 철저한 시장 조사와 수익 예측을 바탕으로 움직일 때, 그들은 오히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에 집중하여 미래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역발상적 접근을 취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물이 『이펙추에이션: 스타트업의 실천적 지혜(Effectuation: Elements of Entrepreneurial Expertise)』입니다. 사라스바디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예측'은 오히려 행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5가지 행동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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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 안의 새 (Bird in Hand): 무엇을 목표로 할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수단(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누구를 아는가)에서부터 실천을 시작합니다. 2. 감내 가능한 손실 (Affordable Loss): 예상되는 수익이나 성과를 계산하기보다, 실패했을 때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투자(실험)합니다. 3. 미친 퀼트 (Crazy Quilt): 경쟁자를 경계하기보다 잠재적 파트너들과 조기에 협력 관계를 맺습니다. 이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목표와 수단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퀼트를 짜는 것과 같습니다. 4. 레모네이드 (Lemonade): 예상치 못한 위기나 우발적 상황을 장애물로 여기지 않고, 이를 새로운 기회나 자원으로 전환합니다.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격언에서 유래했습니다.) 5. 비행기 안의 조종사 (Pilot in the Plane):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통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합니다. |
이펙추에이션의 시작은 '가용 수단 기반(Start with means)'을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흔히 특정한 성과 목표를 정해두고 필요한 자원을 외부에서 찾으려 고군분투합니다. 이펙추에이션은 조직과 구성원의 강점, 기술, 연결된 사람에서 실천을 시작합니다. 우선 "지금 내 손에 무엇이 있는가?"를 살핍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것은 '감내 가능한 손실(Affordable Loss)' 원리와 연결됩니다. 성공할지 모르는 거대 사업에 모든 예산을 쏟아붓는 대신, 실패해도 조직에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의 소규모 실험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우발 상황을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삼는 '레모네이드 원칙'은 현장의 변수를 새로운 서비스의 단초로 전환하게 해줍니다.
어떻게 반복하고 학습할 것인가 (Agile)
이러한 인지적 전환을 실제 운영으로 옮겨주는 엔진이 '애자일(Agile)' 조직 입니다. 애자일은 완벽한 결과물을 한 번에 내놓는 대신, 짧은 주기(스프린트)로 실행하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여 결과물을 수정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 대입하면, 1년 단위의 경직된 프로그램 운영에서 벗어나 2주 혹은 한 달 단위의 '실행-평가(회고)' 사이클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자일 조직은 신규 사업을 기획할 때 보고서 작성에 몇 달을 보내기보다, 핵심 가치만 담은 최소 기능의 서비스를 먼저 실행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의 목소리를 그 어떤 전문가의 자문보다 정확한 나침반으로 삼습니다.
실천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첫째, 사회복지사 개인은 '완성형 기획자'가 아닌 '민첩한 실험가'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내가 가진 강점, 네트워크, 기술을 토대로 작은 시도를 먼저 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에서부터 학습하고 기록하십시오.
둘째, 팀은 협업의 구조를 상급자와 하급자의 '역할 중심'에서 수평적 의사구조를 통한 '문제 해결 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우리 팀이 이번 달에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에 집중하고, 서로의 피드백이 비난이 아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셋째, 조직은 성과지표(KPI)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단순히 '참여 인원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지, 그 실험을 통해 무엇을 '학습'했는지를 지표에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작은 실천을 통한 행동의 변화에 주력해야 합니다. 실제 변화는 수치가 아닌 일상에서의 당사자의 행동 변화입니다.
이펙추에이션이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줍니다. 애자일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도구입니다. 시대적 상황과 목적지를 향해 유연하게 항해하기 위한 방법이 고민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행정의 효율성은 극대화 되겠지만 주민의 삶의 불확실성과 다변화는 그 어느때보다 극심해진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사회복지기관이 지역사회라는 바다 위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항해법과 실천력이 중요합니다. 이펙추에이션과 애자일도 그러한 항해법과 실천의 한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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