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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사회복지 현장의 중요한 분기점 : 후배 성장을 위한 칸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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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사회복지 현장의 중요한 분기점

: 후배 성장을 위한 칸막이



인공지능을 현장에서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후배들이 아닌 선배들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사용은 과업을 명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일을 잘 시켜본 사람이 결국 인공지능도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게다가 경험이 많은 선배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있습니다.


반면,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후배에게는 인공지능의 결과를 살펴볼 능력이 선배만큼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인공지능 등장 이후 여러 직업 현장에서는 효율과 효과를 따져가며 신입 직원 선발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등장은 선배가 아닌 후배에게 위기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며 사회복지계의 앞날을 위한 중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배 사회사업가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일을 시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은 이제 막 현장을 배워가는 실천가들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후배들이 맡는 기초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야말로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가장 좋은 영역입니다.

하지만 효율성만을 따져 이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넘겨준다면 사회사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창작 영역에서는 후배 보호를 위해 일부러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도 인간을 고용하여 훈련합니다.

예를 들어, 만화가 집단에서는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인공지능이 훨씬 잘하고 시간도 단축하여 작업함에도

모든 기초 작업을 인공지능에 맡겨버리지 않습니다.

바닥부터 훈련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후배를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이익일지라도, 멀리 보면 인공지능에게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릴 줄 아는 ‘경험자’를 길러내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사업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당사자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자원과 자료를 살피고, 기초 사정을 진행하고,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일. 때로는 야근이나 조기 출근도 해야 하는 이 고단한 과정은,

성숙하고 관록 있는 사회사업가는 만들어내는 밑바닥 훈련이기도 합니다.


그런 단련 과정 속에서 사회사업가의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이 경로를 생략한 채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당장은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물만 받아보는 후배들은,

끝내 인공지능의 오류를 잡아내거나 당사자의 깊은 맥락을 읽어낼 힘을 길러내지 못할 겁니다.

인공지능 사용에 여지를 두자는 말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성장할 수 있는 ‘불편한 훈련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에게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진을 똑같이 그려서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처음 보여준 사진은 완벽히 그려낸 듯했습니다.

이 과정이 끝없이 이어지자, 조금씩 그림이 뭉개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만 번 이어진 작업 뒤 그린 그림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고유한 데이터(경험과 기록)가 사라진 자리에 인공지능이 자기 출력물을 다시 학습할 때 발생하는

모델 붕괴(Model Collapse) 현상이었습니다.


이처럼, 지금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정보는 지금 우리가 생산한 지식의 총합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더는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해내지 않고 계속해서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거나 복사하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얻게 되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고 수준도 낮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모델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고품질 인간 데이터 유지’를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또다시 새로운 우리 이야기를 펼쳐가야 하는,

새로운 경험의 글을 계속 써 나아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구체적인 삶의 맥락을 기록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요약한 데이터에만 의존한다면,

사회사업 지식 또한 뭉개진 그림처럼 점차 퇴행할지 모릅니다.


후배 사회사업가들을 훈련시키는 일은 단순히 그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사업가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하며 그에 따른 풍성한 방법과 사례를 만들어갈

‘지식 생산자’를 길러내는 일입니다.



2025년, 중부재단 책책책 사회사업 동료들과 지리산에서. 사회사업, 바르고 뜻있게 하려 애쓰는 전국 곳곳 사회사업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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