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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주간센터에서, 당사자 선거 지원_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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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도 유권자임을 투표에 참여해 알립니다



이용호, 노원 아름드리꿈터 사회사업

*<조금만 거들면 됩니다 2>에 실린 글




선거 지원


센터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를 지원했습니다. 우선 선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가기로 합니다. 문서, 책, 홍보자료, 뉴스 등 다양한 정보에 있는 글을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이해를 돕는 그림을 함께 그려 모두를 위한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소소한 소통’의 자료를 활용합니다. 선거의 의미, 왜 중요한 일인지, 투표를 하는 방법과 절차까지 모든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안내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후보자들이 다릅니다. 투표를 하게 될 해당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한 안내로 넘어갑니다. 후보자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벽보나 책자를 사진으로 확인하고 공약을 살핍니다. 한 번의 안내와 확인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전 투표 전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함께 자료를 확인하며 지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투표 순서를 알아보고 연습했습니다. 실제 같은 연습을 위해서 연습용 투표용지를 준비하고 모의 투표장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신분증을 챙길 수 있는 당사자들은 신분증 제시와 돌려받는 과정도 직접 해봅니다. 정해진 순서와 이동 방향을 익히기 위해 테이프를 사용하여 바닥에 표시했습니다. 이 또한 한 번의 연습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반복하여 연습합니다. 비록 실제 투표장에서의 연습이 아니더라도 투표 순서와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돕습니다.




사전 투표


사전 투표 당일, 사회복지사와 함께 투표소로 향합니다.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여 확인한 투표 보조용구를 요청하여 사용합니다. 보조용구를 통해 손으로 도장을 잡기 어려우신 분들이 위, 아래로 밀어서 원하는 칸에 기표를 할 수 있습니다. 보조용구를 챙기고 당사자와 함께 기표함으로 들어가려는데 투표 관리원의 제지가 있습니다. 관리원과 동행하여 3명이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공직선거법 157조 6항에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에 ‘발달장애’는 명시되지 않아 보조인 동행 여부를 각 투표소 관리원의 판단과 재량에 맡겨야 합니다. 사전에 보조인 동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어 현장에서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표함 밖에서 언어적 지원을 통해 투표를 마쳤습니다.


올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선거 공고물을 안내받고 주요 공약을 확인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소소한 소통’에서도 선거 관련 자료를 제작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선거 전 쉬운 자료를 활용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쉬운 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지 않기에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에는 당사자와 기표함 안까지 동행이 가능하였지만 투표 보조용구가 없어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전에 투표 연습을 통해 보조용구를 대여할 수 없는지 문의하기도 했지만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대여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



투표, 당사자의 정당한 권리로 인식하기


당사자의 정당한 권리인 투표권 행사를 지원하는 과정 속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직접적인 신체적 제약이 없더라도 낯선 공간에서의 혼란, 의사 표현의 제한, 절차 이해의 어려움 등을 복합적으로 겪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투표보조인의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판단으로 투표 지원이 어려워집니다.


투표장에서 당황하고 놀라는 시선들도 마주합니다. 그래도 직접 투표에 참여해 보며 계속해서 필요한 부분을 알려야지 사회도 점차 그 필요를 갖추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표를 지원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투표권이 있음을 당사자도 가족도, 지역사회도 알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투표에 참여하고 그 표가 정당히 행사되어 당사자를 위한 정책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선거 참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치 행동이자 의사 표현이며 장애인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는 장애인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기여하며 자신들의 권력과 기회의 형평성을 직접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가질 수 있다(Friedman, 2018). 김명수(2009)는 장애인의 선거 참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장애인에 관한 정책 형성 과정에서 당사자의 욕구를 고려하고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정책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정책에서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로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고려하였을 때 정책 결정 단계까지 장애인의 참여가 실현되어 정치적 사회적 영역을 포함한 모든 기회에 장애인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장애인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고 발전시켜 갈 기회로서 정치 참여 및 선거 참여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조한진(2014) 또한 선거 참여를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몇몇 사람에 의해 주도되는 엘리트 정치가 아닌 장애 대중에 근거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장애인의 목소리가 공약화되기 위해서 장애인의 표가 상당하여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장애인의 선거 참여는 당사자 스스로 정치적 주체로서 의식을 가지고 주권을 행사하는 행위이며 선거 참여를 포함한 적극적인 정치 참여야말로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고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환경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종빈, 김진주. (2024). 발달장애인의 투표참여:IT기기 활용을 중심으로. 『미래정치연구』, 14(1), 65-69.



당사자도 유권자임을 꾸준히 밝히고 알리는 방법은 투표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선거 후보자들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당사자를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울 겁니다. 이 일에 우리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지원부터 해봅니다. 투표 보조용구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후보자의 사진이 들어간 투표용지를 사용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하는 쉬운 선거 자료를 확인하여 당사자의 소중한 한 표가 정당하게 행사되기를 바랍니다.




선거권 제한하지 않기


이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사전선거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은 당사자가 있었습니다. 아니, 당사자의 가족 있었습니다. ‘잘 모르니까 굳이 안 해도 된다’ 사실상의 권리를 가족부터가 제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 지원 후, 부모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사전선거 참여에 모두가 참여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센터장님이 아름드리꿈터를 대표해 전합니다.


“당사자의 선거 참여는 당사자가 ‘나는 나의 삶과 사회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기결정권을 보여줍니다. 투표라는 과정 자체가 ‘내 목소리는 중요하다’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설사 그 표가 무효표가 된다 하더라도 참여 경험은 당사자 개인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권리는 행사하는 과정에서 빛난다’는 의미를 줍니다. 무효표조차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사회복지사 모두 둘러앉습니다. 우리 센터는 성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모여 앉습니다.


“선거 전에 당사자의 사전선거 참여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한 일 자체가 잘못이지 않았나 싶어요. 대리 결정권자가 가족이기 때문에 물었는데 사실 당사자의 선거 참여를 보호자의 동의와 연결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나 인권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선거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성인이면 당연히 독립적으로 투표할 권리를 갖습니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그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데, 우리는 무심코 ‘보호자의 동의’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이미 당사자의 권리를 누군가의 허락에 의존하게 만들고 맙니다. 동의라는 말 속에는 권리를 대신 결정하거나 조건을 거는 뉘앙스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의’가 아닌 ‘상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의는 권리를 제한하는 과정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예컨대 사전투표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투표소 안에서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어떤 준비가 있으면 더 안전하고 편안할지 미리 상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사자의 일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일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보호자의 동의’가 아니라 ‘상의’입니다. 그 작은 차이가 당사자의 권리를 지켜내고, 동시에 존엄을 지켜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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