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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로움이 말하는 정의

 나는 얼마전 군산으로 떠난 학습여행에서 수라갯벌을 마주했다. 2022년 황윤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가 개봉한 덕에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기회를 만들지 못해 영화는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7월의 여름, 군산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였지만, 수라갯벌을 지켜내기 위한 안내 길잡이 활동가의 에너지는 투덜대고 싶은 나의 입을 꾹 틀어막을만큼 단호하고 간절했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수라갯벌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1991년 첫삽을 뜬 지 약 35년, 그 사이 절반 가까이 진행된 모습이라고 활동가는 설명했다. 1991년 시작할 당시에는 농지를 만들어 주민의 삶을 위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업의 목적은 자꾸만 달라졌다. 그 사이 가장 큰 변화는 2006년 4월,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갯벌의 물길을 가로막은 일이었다. 물길을 가로막으면 물이 썩는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후 갯벌에 잠긴 물에서는 썩은 악취가 났고, 갯벌 깊숙한 곳에서 퍼올린 흙은 완전히 부패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하루에 두번 물길을 열어달라 오래도록 투쟁한 끝에 현재 하루 2번 바닷물이 왕래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의 물 색깔은 확연한 차이가 있고, 갈수록 생명력을 잃어가는 수라를 목격해야만 한다. 


 그녀는 갯벌은 우리가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자, 아름다운 생태계라고 말했다. 수라는 매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수많은 철새들의 안식처이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바다 생물들의 터전이며 어민들의 일터이자 삶터인 공유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의 목적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향해가고 있다. 공항건설을 반대할 이유는 수만가지이고,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결과 2025년 법원에서는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국토부와 전북도는 항소심을 시작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니 쉼도 없다 다시 외치고 있다. 강, 바다, 뭇 생명이 8천년간 만든 수라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고 말이다.  


 참 어렵다. 삶을 살아내는 만큼 사회가 굴러가는 모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할텐데 정 반대다. 삶으로 경험하는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반경이 넓어지고, 잘 보이지 않았던 틈새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일들 투성이고, 현장의 몫도 자꾸만 무거워지는 것 같다. 제이슨 히켈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의(justice)는 성장의 정언명령에 대한 해독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다. 누구를 위한, 어떤 목표를 위한 성장인지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돈은 어디로 가는가? 그로부터 누가 득을 보는가?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궤적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양심에 동참하라고. 


 수라갯벌이 삶터였던 어민의 삶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주민의 삶은 다를까?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매일같이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개발되고, 이는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제는 정의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경제는 어떤 모습인지. 열린 마음의 민주적 토론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레이슨 히켈의 말에 나의 의지를 얹어 말하고 싶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극단적인 불평등과 끝없는 성장에 폭력적 집착을 수반하는 우리의 현 체제와는 닮지 않을 것이라고. 실제로 아무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이다. 달리는 열차를 잠시 멈춰, 다시 질문해보면 어떨까. 진정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라고.


p.s 다큐멘터리 수라를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문헌 

도서 적을수록 풍요롭다. 레이슨 히켈. 창비 

한겨레 강, 바다, 뭇 생명이 8천년간 만든 수라갯벌 “습지보호지역으로” (2026. 05. 01.)

KBS 뉴스 ‘새만금 신공항’ 항소심 시작… 향후 쟁점은? (202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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