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와 사회복지 By 김난미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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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빙하는 기온이 오르는 만큼 녹아내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무너져 내릴 뿐이다. 2026년 네팔의 계곡을 집어삼킨 돌발 홍수는 화석연료 문명이 미뤄 둔 대가의 청구서가 이미 도착했음을 알리는 물리적 경고다. 이 참사의 이면에는 기후정의의 불평등이 놓여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고산지대 주민들이 온난화의 최전선에서 목숨과 터전을 가장 먼저 위협받고 있다. 재난이 할퀴고 간 자리에서 주거와 농지, 인프라를 자력으로 복구할 자원조차 이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구를 뜨겁게 만든 주체는 멀리 있고, 그 혹독한 대가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 온 몸으로 치르고 있다. 빙하가 인류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정의다. 그리고 그 답은 빙하가 아니라 그것을 녹여버린 우리가 내 놓아야 한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의 칼럼 <산악 빙하-메마르는 젖줄, 마른 하늘의 홍수>의 일부를 옮겼다.
네팔의 빙하 산사태는 실제로 모두를 경악케 했다. 재난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 우리 삶을 덮친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살 곳을 잃었지만 거대한 빙하와 싸울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보면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Nixon(2011)은 <느린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에서 기후위기, 환경파괴의 폭력이 즉각적이지 않고 지연되며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피해가 가난한 이들에게 불균형하게 전가된다는 점을 느린폭력으로 개념화했다. 느린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보인다. 이 재난이 어디서 부터 온 폭력인지, 애꿎은 빙하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기에 내일이 너무 두려운 미래라는 것도 말이다.
‘이렇게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인데, 사회복지현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왜 우선순위가 되지 못할까요?’ 얼마 전 경남으로 간 강의에서 한 선생님이 내게 건넨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그들에게는 네팔의 산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지역의 재난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는 짐작되었다. 작년에는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 다시 또 덮친 폭우… 이러다 매년 임시대피소를 옮겨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죽다 살았지. 안 죽었으니 다행이지, 사는대로 살아봐야지 또 어떡합니까.’ 임시숙소에 머무르다 물난리가 덮친 뒤 jtbc 뉴스를 통해 전해진 어느 할머니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 뿐인가! 얼마 전 경남 거제의 폭우까지, 70평생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한 주민의 호소가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다. 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지금까지 일궈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기후재난이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과학이 아니라 정의여야 한다는 조천호 박사의 질문에 사회복지현장은 무엇으로 응답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거대한 빙하에서 출발해 우리가 무엇을 내어 놓을 수 있을까 막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마디 더 거들자면,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라는 그림책이 도움 되었으면 좋겠다. 무더운 여름 모두가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고 자는 밤, 너무 더워진 날씨에 달이 똑똑 녹아내린다. 녹아내리는 달을 양동이에 받은 할머니 집을 제외하고 세상은 정전이 되었는데 할머니 집만 달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할머니는 녹아내린 달로 만든 샤베트를 하나씩 나눠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더운 건 모두가 덥다. 하물며 달도 더워 녹아 내릴만큼. 그림책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세 번을 곱씹으며 읽은 나에게는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더위를 식혀내며 살고 있지는 않다고, 녹아내리는 주변을 살피는 누군가의 마음, 그 마음이 모두를 돌보는 마음과도 연결된다고, 그러면 이 힘든 더위에도 안녕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지구 반대편 네팔 산사태로 모두가 안타까움을 말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네팔의 산사태가 녹아내리는 달과 다르지 않다. 예전과는 달라진 기후재난을 바로 보고, 돌봄의 필요와 실천의 고리를 새롭게 연결 지어가자. 녹아내리는 달을 볼 수 있는 할머니의 시선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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